유머) 이런 것이 인생

l 2022.03.08 07:48:09

“한 달에 700만 원씩이나 아내에게 벌어다 주면서도 달랑 40만 원뿐인 용돈을 받아 쪼개 쓰느라 사 입은 지 벌써 10년이 넘은 양복을 입고, 전철로 출퇴근을 하며, 편의점의 4,000원짜리 도시락과 500원짜리 자판 커피, 하루 반값의 담배로 만족하면서, 주말까지도 편한 잠 한번 못 자고 일에 시달리며 살아왔는데요”
“......”
“그러다 20여 년 전에 신세를 졌던 친구를 만나 술이야 밥값 10여만 원을 카드로 긁었더니, 아내가 뭐가 그리 중요한 친구이며 뭘 먹고 마셨기에 그런 큰돈을 썼느냐고 바락바락 바가지를 긁어대길래, 억울하고도 분한 생각을 삭히면서 그동안 모은 돈 좀 보자고 했더니, 달랑 1,000여만 원뿐인 통장을 내밀더라고요.”
“......”
“그래서 땅 사놓은 문서도 좀 보여달라니까 아이들 학자금이랑 생활비 때문에 벌써 10여 년 전에 다 팔아 썼다고 하더군요. 그 땅은 노후에 농사나 지으면서 좀 편하게 살다 가려고 악착스럽게 모은 돈으로 샀던 건데요.”
“......”
“그래서 제가 가진 게 무엇인가 살펴봤더니, 30여 년 동안 일해서 남은 건 달랑 천여만 원과 전셋집 한 칸과 아내가 자식들의 등하교를 핑계로 산 쏘나타 한 대에다가 앞으로 계속 돈을 퍼부어야 할 자식들뿐이더군요. 저는 이제 곧 정년퇴직해야 할 황혼인데요.”
“......”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으나, 그래도 화를 삭이면서 조목조목 살펴본즉, 이게 저를 속이면서, 아니 참, 아내가 저를 속이면서 흥청망청 돈을 쓴 결과더라고요. 제가 쓰는 돈은 동전 하나에도 치를 떨었으면서요.”
“......”
“그래서 이혼도 생각해 봤지만….”
“......”
“이혼하면 어쩌시려고? 산 넘어 산이요, 강 건너 강인 것을…. 이는 그 여자가 그 여자라는 뜻인데, 죽어 새로 태어나서 새사람을 만난다 해도 중생으로서 만나는 배우자라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이 그 사람일 뿐이며, 늑대 피하려다 범 만나는 수도 있고 말이요.”
“......”
“요즘은 아내에게 매를 맞으며 사는 남편들이라든가 죽임을 당하는 남편들이나 아버지들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그대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 아내나 자식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지요.”
“스님?”
“어찌 되었든, 당신이 20여 년 동안 벌어들인 그런 피땀 같은 돈을 흥청망청 다 쓴 아내와 자식들이라면 참으로 용서하기가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아내만 잘못했다고 할 순 없음이니, 이는 그대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월급이야, 용돈이야, 양복이야, 전철이야, 도시락이야, 자판기 커피 등등 회사 일까지 집으로 끌고 들어가 밤을 새우는 궁상(窮狀)을 떨면서, 아등바등 돈 벌어 아끼는 것에만 집착하며 처자식들이야 어떻게 살든 관심 밖이었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그대의 사랑은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고 여겼던 처자식들이 흥청망청 먹고 입고 쓰면서 그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대신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으니, 이는 처자식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의 성품이라든가 벌어다 준 돈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 다스리지 않은 그대의 잘못이 더 큰 까닭이라는 뜻이오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중생인 남자들이라면 그 과정과 모습만 달랐지 다 그런 식으로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고, 중생인 여성들 역시 그 과정과 모습만 달랐지 다 그런 식으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희생하며 살아야 하기는 마찬가지이며, 그대들의 자식들 역시 장차 부모가 되어 그들의 자식들을 위한 희생을 치르면서 살게 마련인데, 어찌하여 그대는 그러함이 지극히 중생다운 삶이면서도 더 나은 삶으로의 진화과정이라 생각하여 즐거워하지 않고 억울해하고 괴로워하느냔 말이거든요.”
“......”
“그러니 지금의 희생이 중생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고통인 것으로 즐겁게 받아들이되, 자기 자신은 물론 아내와 자식들을 잘 사랑하고 잘 다스려 그나마 서로 즐겁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나머지 삶을 사시다가 다음 생에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시도록 하시게나 요.”
“......”
“그 왜 있잖아요. 중생살이가 아무리 고통이라고 해도 마음먹기에 따라 지옥이요,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이라는 것이요.”
“......”

언젠가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당랑(螳螂) 또는 사마귀라고도 불리는 곤충은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 알에서 깨어나 무더운 여름인 7월 무렵에는 성충(成蟲)이 되어 약 세 시간 전후에 걸친 짝짓기를 시작합니다.

그런 짝짓기는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고 암컷은 엎드린 채 시작되는데, 짝짓기가 시작된 그 순간부터 암컷은 엎드린 자세에서 머리를 180도로 돌려 수컷의 머리부터 시작하여 온몸을 야금야금 뜯어 먹다가, 마지막으로 수컷의 성기까지 다 뽑아 먹어야 그들의 짝짓기는 끝이 나는데, 암컷이 수컷을 먹는 이유는 암컷이 낳아야 할 알들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렇듯 수컷을 다 먹어 치운 다음 홀로 남은 암사마귀는, 오직 자신의 체내에 받아들인 수 사마귀의 정충을 키우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숲속과 벌판을 기고 날며 먹잇감인 갖가지 곤충들을 잡아먹거나 사마귀들을 먹이로 삼는 천적들에 쫓기면서, 그야말로 먹느냐 먹히느냐의 죽음을 무릅쓴 고통 속에서 뱃속의 알들을 키워갑니다.

그리하여 10월 말 전후가 되면 암사마귀의 먹이로 삶을 끝낸 수 사마귀들은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고 알을 밴 암사마귀들만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런 암사마귀들 거의는 알들을 키우기 위한 갖가지 고통을 다 겪은 까닭에 상처뿐인 또는 불구가 된 몸으로, 알을 밴 배만 불룩하니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게 되어, 11월에 들어서게 되면 갈대 줄기라든가 죽은 나뭇가지 등등에 알들을 낳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알들을 낳는 암사마귀들은 알들이 겨울에 얼어 죽지 않게 하려고, 알을 낳고자 하는 표면에 거품을 내뿜어 솜이불 같은 막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산란하고, 또다시 그 위에 거품을 내 뿜어 막을 만든 후 산란하기를 거듭하며 안간힘을 다합니다.

그런 고통스러운 산란이 끝나고 죽음을 맞이하는 암사마귀는 산란의 고통과 에너지의 고갈로, 그나마 가까스로 모습을 유지하던 몸은 마치 작은 한 잎의 갈색 지푸라기처럼 작고 얇아진 채로,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에 실려 허공 속에 휘날리면서 고통뿐이었던 처참한 일생을 마감하는데,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알들을 힘겹게 기르고 낳았지만, 다음 해 봄이면 태어날 귀여울 그의 새끼 사마귀들을 보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어디 그들 사마귀 부부뿐일까요?

봄이면 태어날 새끼 사마귀들 역시 부모가 되어 그들의 알들을 낳고 죽을 것이며, 그렇게 태어난 새끼 사마귀들 역시 그와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알들을 낳고 죽게 되는, 아무리 살펴 봐도 짝짓기하는 그 순간의 쾌락 외에는 그들의 삶 전부가 고통일 뿐인, 그런 가엾고 처참한 삶의 고통은 대대손손이 겪어야 하는 것을요.

그러나 그런 삶이 어디 그들 사마귀뿐일까요?

우리 사람들 역시 그런 맹목적인 성적 쾌락과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다 가는 것은 물론, 이 세상을 사는 저 모든 생명체 역시 모두 다 그 모습과 사는 방식만 다를 뿐, 사실을 알고 보면 그와 같은 희생을 끝없이 되풀이함은 한 치도 다르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이 고통뿐인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래요. 그런 아무 이익도 없는 고통일 뿐인 중생으로서의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맹목적인 본능들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내리사랑이라고 에둘러대는 맹목적인 희생도 아닌, 각자 자기 자신들부터 바로 위함을 시작으로, 내 부모도 내 배우자도 내 자식들도 내 친척이나 사회나 국가나 자연도, 더 나아가 온 우주의 모든 이들이나 것들까지도 골고루 바로 위하면서 이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기도와 수행을 통해 지혜로워짐으로, 현세의 나머지 삶은 물론 영원히 행복하고 자유로운 부처님이 되셔야 하는 것입니다.

......

항상 맑고 건강하소서... () ...